2020년, 새해를 또다시 반백수로 시작한다. 작년에도 어찌저찌 살아졌듯 올해도 어찌저찌 살아지겠지. 허허. 올해는 가볍고 단정하게 살고 싶다. 몸도 마음도 주변도. 어떻게 살고 싶은지 정리해보자면.
우선 집 청소와 정리. 이사 온 지 4개월이 되어 가는데 집이 아직도 어수선한 상태다. 풀지 않은 짐도 있고 설거지를 한 번도 안 해서 컵을 비롯 그릇을 한 번도 안 썼으니 말 다 했지. 조금씩 천천히 겨울이 가기 전에 청소하고 정리해서 편안하고 안정적인 공간과 동선을 만들자.
살림을 정리하지 않은 탓에 생전 시켜 먹지 않았던 배달음식의 세계에 발을 디뎠다. 결과는 지출, 쓰레기, 지방 증가. 배달음식은 일주일에 한두 번만 시켜 먹기로. 주방부터 정리해서 요리는 싫으니 고구마, 감자 같은 거 소박하게 먹고 살자.
일, 부담 없이 일단 시작해서 가볍게 가볍게 해나가기. 항상 미루다가 막판에 고생하는 패턴의 반복인데 작업이 잡히면 30분씩 하고 쉴지언정 일단 시작해서 끝까지 마치자. 확인 작업 누구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꼼꼼하게 하는 스타일이잖아.
살면서 닥칠 일들 미리 걱정하지 말고 닥치면 그때그때 차분하게 대처하자. 작년에 일했던 조직은 미션들을 너무 앞서 생각하지도 않고 너무 길게 생각하지도 않는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베스트를 고민하기보다 그때그때 그날그날 쳐내는 데 집중하는 느낌이랄까. 완벽하지도 못할 거면서 완벽하고 싶어서 끙끙거리며 속만 썩는 나에게 필요한 방식 같다. 본받자.
내 마음이 끌리는 대로 한 거부와 거절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을 서운하게 하지 않는 것보다 내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며 일상이 흔들리지 않는 게 중요하니까. 어디선가 봤는데 생각을 떨쳐내고 싶을 때 눈동자를 좌우로 굴리면 효과가 있다는데, 오래 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이 들 때 그렇게 해보기로.
꼭 사고 싶고 필요한 물건만 사기. 대신 그런 물건은 가성비 너무 따지지 말고 마음에 꼭 드는 걸로 사자.
이렇게 가볍고 단정하게 살면서 내게 닥치는 일들을 잘 해쳐나가는 한 해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