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반백수일기 - 2018.12.21

arooki 2018. 12. 22. 14:11

10년 가까이 다니던 미용실이 회원 할인 제도가 없어지고, 자꾸만 내가 원하는 것보다 머리를 짧게 자르는 것도 1시간 넘게 환승을 두 번이나 하는 것도 스트레스였던지라 미용실을 바꾸기로 했다. 너무 비싸지 않은 가격에 마음에 드는 머리를 해주는 미용실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에 긴장하며 찾은 미용실. 담당 디자이너나 전반적인 분위기가 약간 수다스러워 나한테 편안한 느낌은 아니었는데, 머리는 만족스럽게 나왔고 가격도 매직은 안 해서인지 적당했다. 일단 여기로 계속 다녀봐야겠다.

 

머리가 만족스러운 덕에 의욕이 뿜뿜해서 벼르던 볼일을 볼 마음이 들어 신촌으로 갔다. 스케일링을 하러 인터넷에서 추천하는 글을 봤던 치과로 갔는데, 정신 사납고 깔끔하지 않은 대기실 풍경을 보고 실망을 충분히 하기도 전에 신속하게 접수와 엑스레이 검진도 권하는 의사를 따라 얼레벌레 엑스레이까지 찍었다. 그래도 차근차근 구강 상태에 대한 설명도 들었고, 의사가 직접 스케일링을 해줬으니 잘 찾아갔고 잘했다고 생각하기로.

 

치과에서 나와 아직 남아 있는 의욕으로 안경을 맞추러 갔다. 이것저것 써보고 알이 큰 안경으로 맞췄는데, 도수 없는 안경알로 써본 것과 도수 넣은 안경알로 쓴 느낌이 달랐다. 안 그래도 크지 않은 눈이 더 작아 보이고 얼빵해 보이네. 하하. 외출할 때도 쓰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집에서만 쓸 듯. 검색을 해보니 눈이 나쁠수록 알이 큰 안경은 눈도 더 작아 보이고 얼굴 왜곡도 심해 보이고 초점도 맞추기 어렵고, 단점들이 많더라. 하지만 원래 쓰던 안경이 도수가 잘못된 탓에 불편해서 새 안경이 필요했고 집에서만 쓰더라도 아깝지 않게 저렴한 가격에 맞췄고, 또 원래 안경이 알이 작은 편인데 나랑 맞지 않는 안경을 쓰고 잘도 돌아다녔다는 후회, 자책 같은 찜찜함이 있었는데 그게 마냥 나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으니 잘했다고 생각하기로.

 

바쁜 하루를 보낸 덕에 모처럼 일찍 스르르 잠이 들었는데, 옆집 (아마도) 자매 때문에 12시 좀 넘어서 잠이 깨버리고 또 5시 넘어서까지 못 잤다. 집에 오래 있다 보니 옆집 소음이 더 민감하게 들린다. 기본 말투가 듣기 싫은 짜증 섞인 억센 톤에 싸우기는 왜 그리 자주 싸우는지 고함에 욕설에, 발망치 찍으며 걸어 다니고 문도 쾅쾅 닫고 주로 새벽에 활동하고. 아아, 정말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