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세상이 친절했던 날

arooki 2017. 5. 26. 21:31

지난 도쿄 여행의 큰 수확은, 세상은 나에게 친절할 수도 있고 불친절할 수도 있다는 걸 피부로 체감한 것. 세상이 친절할 때는 고맙고 좋은 기분을 충분히 느끼고 새겨서 세상이 불친절한 날, 세상이 나에게 언제나 불친절한 건 아니라고 끄집어낼 수 있는 에너지로 비축하고. 세상이 불친절할 때는 세상은 원래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너무 오래 마음이 가라앉지 않도록 하자.

 

오늘은 세상이 나에게 무지 친절했던 날이다. 아침에 가방에서 지갑이 떨어진 줄도 모르고 걸어갔는데 한 청년이 지갑을 주워서 따라와 건네줬고. 점심에 카페에서는 앞선 주문들보다 금방 만드는 내 음료를 먼저 만들어주는 융통성을 발휘해줬고. 오후에 무응답이 오히려 보통인 나의 어떤 노크에 4명 중 무려 3명이 즉각 답변해줬고. 저녁에 마트 계산대에서는 보통 때와 다르게 내가 카드와 영수증을 넣는 동안 물건을 다 담아줬다. 오늘 나에게 친절을 베풀어준 6인의 타인들 고맙습니다! ^_^

 

미세먼지 없이 맑고 선선한 봄날이고. 충동구매한 옷 두 벌이 왔는데 다 마음에 들고. 어제 피곤함을 무릅쓰고 청소를 해놓아서 방도 깨끗하고. 내일은 출근 안 하는 토요일이고. 참 좋은 금요일이다.